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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ook review

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

by 유주원 2016. 3. 17.




이 책을 통해 여태껏 말로만 들어왔던 그리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고 또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단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. 특히나 섶다리나 다랑논, 담배막, 죽방렴, 술도가 등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직접 가서 본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.

 

게다가 마치 이웃집 이야기를 적어 놓은 듯한 이야기들은 충분히 눈 앞에서 그 모든 풍경들을 그려낼 수 있게 묘사되어 있다. 나 역시 아주 옛날에 내 고향인 해남에서 원두막 위에서 수박을 먹으며 뛰놀던 아득한 옛 추억이 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되살아나게 되었다. 나 역시 이러한 기억이 있었는데도 왜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추억들을 잊고만 살아왔었는지..

모가 그렇게 바빠서 그랬는지..


흰색 고무신 사진을 봤을때는 할머니 집 안마당에 언제나 놓여져 있던 그 고무신이 생각나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.

정말로 이제는 잊혀져 버린, 그리고 사라져 버린 하지만 행복했었던 느낌만을 가지고 있던 그 추억들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 감회를 느껴야 한다는 게 느낌이 참 오묘했다.


그 때는 이런 것들이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될 줄은, 내게 향수에 젖게 할 매개체가 될 줄은 몰랐는데.. 그냥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듯이 사용했을 뿐인데..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씩 사라진다는게 기분이 이렇게 이상해질 줄은 몰랐다.


사실 처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가 여자친구랑 어디 풍경 좋은데 놀러 갈 곳 없을까? 하는 마음에 이 책이 끌렸었던게 주된 이유였었는데, 이 책은 그 이상의 무언가 감흥을 나에게 준 것 같다.

마치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4배속으로 빠르게 재생되어 왔다면,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순간은 2배속 정도 느려진 속도로 재생되고 있다고나 할까?

남들을 쫓아 무조건 빠르게 따라가기 보다는 한번쯤 이렇게 잊혀진 것들, 그리고 사라져버린.. 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추억들을 한번 되새겨 보는건 어떨까?